페루 Z세대의 분노: 거리로 나선 청년들, 무엇이 그들을 깨웠나? (연금개혁, 부패, 불평등 총정리)
"남미 페루의 Z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기성세대의 부패와 무능에 분노한 청년들의 '거리 항쟁'이라는데... 혹시 이게 비단 페루만의 이야기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페루 Z세대의 분노: 거리로 나선 청년들, 무엇이 그들을 깨웠나? (연금개혁, 부패, 불평등 총정리)
잉카 문명의 심장, 남미의 문화 대국 페루가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 섰습니다. 그 중심에는 조직된 정치 세력이나 전통적인 노동조합이 아닌, 바로 'Z세대'라 불리는 젊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을 공유하는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페루의 낡은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25년 9월부터 본격화된 페루의 반정부 시위는 수도 리마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하며 격렬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에 맞서면서도 이들이 외치는 구호는 단순한 정책 반대를 넘어, 페루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뿌리 깊은 부패, 그리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에 대한 근본적인 외침에 가깝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페루 Z세대가 왜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는지, 그들의 투쟁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그 이면에 어떤 역사적·사회적 배경이 존재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Q&A를 통해 페루 사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1. 반복되는 비극: '7년간 7명의 대통령', 페루의 정치 불안 역사 🏛️
페루의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고질병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페루는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도 군부 쿠데타와 독재, 극심한 좌우 대립, 그리고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현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2018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불과 7년 동안 무려 7명의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는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을 겪었습니다. 대통령들은 의회와의 갈등, 부패 혐의 등으로 끊임없이 탄핵당하고 사임했으며, 이는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시위의 직접적인 대상인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 역시 이러한 혼란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2022년 12월, 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시도하다 탄핵당하자, 부통령이었던 그녀가 대통령직을 승계했습니다. 하지만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취임 직후부터 거센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비롯한 명품 수수 의혹('롤렉스 스캔들'), 범죄율 급증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2%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는 대통령과, 88%의 국민이 불신하는 의회가 존재하는 정치 시스템 속에서 페루의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들에게 기성 정치권은 부패하고 무능하며,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 있는 집단으로 비칠 뿐입니다. (2025년 10월 10일, 볼루아르테 대통령 역시 의회의 만장일치로 탄핵당하며 페루의 정치적 혼란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2. Z세대의 분노를 폭발시킨 3가지 불씨 🔥
뿌리 깊은 정치적 불신이라는 마른 장작 위에, Z세대의 분노를 직접적으로 타오르게 한 세 가지 불씨가 있었습니다.
① 민간연금 의무 가입: 미래를 저당 잡는 연금 개혁안
이번 시위의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은 2025년 9월 5일 정부가 통과시킨 '민간 연금기금관리국(AFP) 가입 의무화' 법안입니다. 이 법안은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는 순간부터 의무적으로 민간 연금에 가입하고 소득의 일정 부분을 납부하도록 규정합니다.
정부는 노후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청년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페루는 비공식 고용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청년들은 낮은 초임과 단기 계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도 막막한데, 불투명하고 신뢰할 수 없는 민간 연금에 소득을 강제로 납부하라는 것은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자 '미래 착취'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먼 미래의 연금보다는, 당장의 공정한 노동 환경과 생활비가 더 절실했던 것입니다. 이 법안은 Z세대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의 극치이자, 기득권 금융 자본의 배만 불리는 불공정한 정책으로 인식되며 잠재된 분노를 거리로 이끌어냈습니다.
② 만연한 부패와 불평등: '네포 키즈'와 기득권의 삶
페루 Z세대의 분노 기저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좌절감이 깔려 있습니다. 대통령의 '롤렉스 스캔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정치인과 고위 관료 자녀들, 이른바 '네포 키즈(Nepo Kids)'가 SNS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는 모습은 청년들의 박탈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해외로 나가 힘든 노동으로 돈을 벌어와도 가족을 부양하기 벅찬 대다수 청년들의 현실과, 부패로 축적한 부를 아무렇지 않게 과시하는 기득권층의 삶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우리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부패한 엘리트 계층에 대한 Z세대의 적개심은 시위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③ 치솟는 범죄율: 통제 불능의 사회 안전망
최근 몇 달간 페루, 특히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살인, 강도, 갈취 등 조직범죄가 급증하며 사회 안전망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시민들은 일상적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무능한 모습만 보였습니다.
Z세대는 이러한 치안 부재 상황을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의 증거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부패와 범죄에 맞서 생존을 위해 행진하고 있다"는 한 시위 참가자의 말처럼, 이들의 투쟁은 더 이상 정치적 구호가 아닌,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기본적인 생존권의 외침이 되었습니다.
3. 구세대와는 다르다: 페루 Z세대의 투쟁 방식 📱
이번 페루 시위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위를 주도하는 Z세대의 투쟁 방식이 기존의 사회 운동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SNS를 통한 수평적 조직화: 이들은 특정 지도자나 거대 조직 없이, 틱톡, 인스타그램, 디스코드와 같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소통하고 결집합니다. 해시태그 운동과 짧은 동영상(숏폼) 콘텐츠를 통해 시위의 명분을 확산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정치 구조에서 벗어난 수평적이고 유연한 저항의 형태입니다.
문화적 상징의 활용: 페루 Z세대 시위대는 일본의 인기 만화 '원피스'의 상징(밀짚모자를 쓴 해골 등)을 깃발이나 피켓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는 부패한 '세계정부'에 맞서 자유와 동료를 위해 싸우는 '원피스'의 서사가, 기득권에 저항하는 자신들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코드는 Z세대 간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시위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글로벌 연대: 페루의 청년들은 네팔,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이유로 일어나는 Z세대 시위에서 영감을 얻고 연대합니다. SNS를 통해 국경을 넘어 서로의 투쟁을 지지하며, 자신들의 목소리가 페루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현상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 Q&A: 페루 Z세대 시위, 이것이 궁금해요!
Q1: Z세대 시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대통령 퇴진인가요?
A: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퇴진은 시위대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이지만,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많은 시위대는 현재의 부패하고 불안정한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헌의회 소집을 통한 새로운 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1993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독재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의 틀을 만들자는 근본적인 요구입니다.
Q2: 시위가 페루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A: 대규모 시위와 운송업계의 파업 등이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페루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광업(구리 등) 분야의 생산 및 운송 차질은 국제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입니다. 사회적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 감소와 관광 산업 위축 등 장기적인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Q3: Z세대의 시위가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A: 예측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Z세대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과 연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시위의 순수성을 지켜주지만, 구체적인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적인 권력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등장이 페루 정치 지형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으며, 앞으로 어떤 정치 세력이든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Q4: 페루의 상황이 다른 남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A: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페루와 유사하게 만성적인 부패, 극심한 빈부 격차,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페루 Z세대의 투쟁 방식과 요구는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변국 청년들에게 공유되고 있으며, 비슷한 사회 문제로 고통받는 다른 국가들에서 '제2, 제3의 페루 시위'를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페루의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Z세대의 함성은 한 나라의 정치적 혼란을 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가 마주한 전 지구적인 위기를 보여줍니다. 경제적 불안, 굳어진 불평등의 구조, 부패한 기득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 이러한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페루의 청년들은 침묵 대신 행동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의 투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번 깨어난 세대는 다시 잠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틱톡과 '원피스' 깃발로 무장한 페루의 Z세대는 이제 페루의 미래를, 나아가 남미 대륙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