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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코츠 라멘 국물처럼 진한 우리의 48시간 예산 전쟁
"야, 특가 떴어! 후쿠오카 왕복 21만 원!"
친구 수진이의 카톡 알림이 울린 건 나른한 화요일 오후였다. 우리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즉각 반응했다. '떠나자.' 그 한마디로 시작된 우리의 2박 3일 후쿠오카 여행. 하지만 직장인 3년 차인 우리는 언제나 통장 잔고와 타협해야 하는 신세였다.
"민지야, 우리 예산 딱 80만 원으로 끊자. 쇼핑 포함해서."
수진이의 비장한 선언.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심 불안했다. 후쿠오카가 어디인가. 명란의 도시, 모츠나베의 고장, 그리고 쇼핑의 천국이 아니던가.
우리는 엑셀을 켜고 가상의 숫자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항공권은 운 좋게 저가항공 프로모션으로 23만 원에 결제 완료. 문제는 숙소였다.
"하카타 역 근처가 이동하기엔 편한데 비싸지 않아?"
"텐진 쪽이 맛집도 많고 쇼핑하기엔 좋은데, 밤에 좀 시끄러울 수도 있고..."
결국 우리는 타협했다. 하카타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조금 낡았지만 평점이 좋은 비즈니스호텔 트윈룸을 1박당 13만 원에 예약했다. 2박에 26만 원, 인당 13만 원.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습한 일본의 공기가 우리를 반겼다. 국제선 터미널에서 하카타 역까지 버스로 15분. 이 놀라운 접근성이야말로 후쿠오카의 매력이다. 교통비는 '산큐패스' 같은 거창한 것 대신, 그냥 트래블월렛 카드로 그때그때 찍기로 했다. 후쿠오카는 지하철과 버스가 잘 되어 있고, 웬만하면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니까.
첫 식사는 당연히 '이치란 라멘' 본점.
"와, 독서실처럼 칸막이 되어 있는 거 봐. 근데 이거, 토핑 추가하니까 1,500엔(약 13,500원)이 훌쩍 넘는데?"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차슈와 반숙 계란을 추가했다. 국물 한 방울까지 들이키고 나니 배는 불렀지만, 지갑은 살짝 가벼워졌다.
저녁에는 나카스 강변의 포장마차(야타이) 거리를 걸었다. 낭만적인 불빛 아래 꼬치구이 냄새가 유혹했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고 우리는 뒷걸음질 쳤다.
"야, 여기 꼬치 하나에 400엔이야. 관광객 바가지 아니야?"
결국 우리는 현지인들이 줄 서 있는 텐진 뒷골목의 허름한 모츠나베(곱창전골) 집으로 향했다. 부추가 산더미처럼 쌓인 전골에 생맥주 한 잔. 1인당 3,500엔(약 31,000원). 계산서를 받아든 수진이가 웃으며 말했다.
"식비 예산 초과야. 내일 점심은 편의점이다."
다음 날, 우리는 텐진 지하상가와 파르코 백화점을 휩쓸었다. 아기자기한 잡화와 한국보다 저렴한 러쉬(LUSH), 유니클로를 보며 이성을 잃을 뻔했다.
"민지야, 이거 한국에선 5만 원인데 여기선 3만 원대야. 사야 해, 말아야 해?"
"사야지. 그게 돈 버는 거야."
기적의 논리로 쇼핑 바구니를 채우다 보니 어느새 양손이 무거웠다. 돈키호테에서는 의약품과 젤리를 쓸어 담았다. 텍스 리펀(Tax Refund)을 받기 위해 5,500엔을 꽉 채우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 우리는 남은 엔화를 탈탈 털어 공항 편의점에서 '타마고 산도(계란 샌드위치)'와 푸딩을 샀다.
"얼마 남았어?"
"동전 몇 개 남고 딱 떨어졌어. 우리 진짜 알뜰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멀어지는 후쿠오카 시내를 보며 생각했다. 80만 원이라는 예산 안에서 우리는 먹고, 자고, 샀다. 조금 빡빡했지만, 모츠나베의 감칠맛과 쇼핑의 짜릿함은 그 이상의 가치였다. 여행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추억을 사는 과정이니까.
💰 1인당 약 75만 원 ~ 95만 원 (쇼핑 포함)
질문자님과 친구분이 떠나시는 2박 3일 후쿠오카 여행, '평범한 직장인 기준 적당히 먹고 즐기는' 수준으로 예산을 산출해 드립니다. (환율 100엔 = 900원 가정)
1. 필수 고정 경비 (1인 기준)
항공권: 200,000원 ~ 300,000원
평일/비수기 특가라면 20만 원 초반, 주말 포함이라면 30만 원 전후를 예상해야 합니다. 후쿠오카는 비행시간이 짧아(1시간 10분) LCC(저가항공)를 이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숙박비 (2박): 150,000원 ~ 250,000원 (1인 부담금)
3성급 비즈니스호텔 트윈룸 기준 1박 15~20만 원 선입니다. 두 분이 나누면 1인당 1박에 7~10만 원 정도입니다.
Tip: 후쿠오카는 1인당 1박에 200엔(약 1,800원)의 숙박세(City Tax)가 별도로 부과됩니다.
2. 변동 경비 (1인 기준)
식비 (2박 3일): 150,000원 ~ 200,000원
끼니당 1.5만 원~2만 원 잡고, 저녁에 술 한잔하거나 와규/모츠나베 등 비싼 메뉴를 1회 포함한 금액입니다.
편의점 간식비 포함입니다.
교통비: 30,000원 ~ 50,000원
공항-시내 왕복, 지하철/버스 이용료입니다. 다자이후나 유후인 등 근교를 가지 않고 시내에만 계신다면 3만 원으로도 충분합니다.
쇼핑 및 예비비: 150,000원 ~ 200,000원
돈키호테, 드럭스토어, 의류 등 기본적인 쇼핑 비용입니다. 명품을 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책정했습니다.
📊 총 예상 경비 (1인 기준)
알뜰형: 약 650,000원 (항공 특가, 가성비 식사, 쇼핑 최소화)
표준형: 약 850,000원 (적당한 호텔, 맛집 탐방, 적당한 쇼핑)
여유형: 약 1,100,000원 이상 (료칸 1박 포함, 와규/오마카세, 넉넉한 쇼핑)
📝 하카타 vs 텐진, 어디에 짐을 풀까?
예산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숙소의 위치와 식도락의 레벨입니다. 질문자님을 위해 디테일한 가이드를 드립니다.
1. 숙소 위치 선정: 하카타 vs 텐진
후쿠오카 시내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뉩니다. 가격 차이는 크지 않으나 여행 스타일에 따라 결정하세요.
하카타 (Hakata) 🚄
특징: 교통의 요지. 신칸센, 기차, 버스 터미널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장점: 공항에서 오가기 가장 편합니다. 유후인이나 다자이후 등 근교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 좋습니다. 백화점(한큐, 아뮤플라자)이 연결되어 있어 쇼핑도 편리합니다.
단점: 비즈니스호텔 위주라 방이 좁을 수 있고, 밤늦게까지 노는 분위기보다는 차분합니다.
추천: 짐 들고 이동하는 게 싫고, 근교 여행 계획이 있는 분.
텐진 (Tenjin) 🛍️
특징: 최대 번화가. 백화점, 지하상가, 맛집, 카페가 밀집해 있습니다.
장점: 맛집과 쇼핑 스팟이 도보권에 다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돈키호테 쇼핑이나 이자카야를 즐기기에 최적입니다.
단점: 공항 갈 때 지하철을 타야 해서 하카타보다는 조금 멉니다(그래봤자 10분 차이). 주말 저녁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추천: 먹방과 쇼핑이 주목적이고, 밤문화를 즐기고 싶은 분.
2. 놓치면 후회할 필수 음식 & 체험 🍜
모츠나베 (곱창전골): 후쿠오카의 소울 푸드입니다. 된장 베이스(미소) 국물을 추천하며, 마지막에 짬뽕면 추가는 국룰입니다. (추천: 오오야마, 마에다야)
돈코츠 라멘: 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냄새가 덜한 곳(이치란, 신신라멘)부터 도전하세요.
고등어 회 (고마사바): 신선한 고등어 회에 참깨 소스를 뿌려 먹는 요리입니다. 비리지 않고 고소합니다.
나카스 강변 산책 & 리버 크루즈: 밤에 나카스 강변을 따라 걷거나, 리버 크루즈를 타고 야경을 즐기는 것은 저렴하면서도 낭만적인 체험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환전은 얼마나 해가야 할까요? 카드는 잘 받나요?
👉 A. 최근 일본은 카드 결제가 많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편의점, 백화점, 대부분의 식당에서 카드가 됩니다. 하지만 오래된 노포 식당, 야타이(포장마차), 버스비, 자판기 등은 여전히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천: 1인당 2~3만 엔(약 20~25만 원) 정도는 현금으로 준비하고, 나머지는 트래블로그/트래블월렛 카드를 충전해서 쓰시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Q2. 산큐패스나 지하철 패스를 꼭 사야 할까요?
👉 A. 2박 3일 동안 시내(하카타, 텐진, 모모치 해변 등)에만 계신다면 패스는 비추천입니다. 패스 가격만큼 타기 어렵습니다. 그냥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찍고 다니는 게 속 편합니다. 하지만 유후인이나 벳푸 등 시외로 나간다면 산큐패스는 필수입니다.
Q3. 110v 돼지코 어댑터 필요한가요?
👉 A. 네, 일본은 110v(일명 11자 플러그)를 사용합니다. 한국의 220v 코드는 꽂을 수 없으니 다이소에서 파는 돼지코를 2~3개 챙겨가세요. 요즘 호텔에는 USB 포트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고데기나 드라이기를 쓴다면 필수입니다.
Q4. 쇼핑 꿀팁이 있나요?
👉 A. 일본은 5,500엔(세금 포함) 이상 구매 시 면세(Tax Free)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권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면세 받은 물품은 일본 내에서 개봉하면 안 되니 주의하세요(밀봉해 줍니다). 돈키호테나 드럭스토어에서 한 번에 몰아서 사는 것이 유리합니다.
Q5. 공항에 얼마나 일찍 가야 하나요?
👉 A. 후쿠오카 공항은 시내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지만, 보안 검색 줄이 길기로 악명 높습니다. 귀국 날에는 최소 비행기 출발 2시간 30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