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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스스키노, 넥타이 부대 사이에서
2월의 삿포로는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졌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삿포로, 이번 여행의 테마는 '진짜'를 찾는 것이었다. 지난번 여행에서 블로그 맛집만 찾아다니다가 한국인 관광객들 틈에서 1시간씩 줄을 서고, 정작 맛은 평범했던 기억이 뼈아팠기 때문이다.
"이번엔 절대 줄 서는 곳은 안 간다."
나는 스스키노의 화려한 니카상 간판을 뒤로하고, 조금 더 어둡고 좁은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이 소복이 쌓인 골목길, '다누키코지 7초메'를 지나 조금 더 깊숙한 곳. 관광객의 캐리어 바퀴 소리 대신, 퇴근한 일본 직장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낡은 목조 건물 2층, 간판조차 희미한 '징기스칸 00'이라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 너머로 뿌연 연기가 가득했고, 그 사이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회사원들이 맥주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여기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양고기 굽는 냄새와 왁자지껄한 일본어 소리. 한국어 메뉴판 따위는 없어 보였다. 카운터석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의 중년 남성, 다나카 씨가 낯선 이방인인 나를 보고 사람 좋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관광객이 여기까지 왔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냄새 따라왔습니다."
"하하! 코가 좋구먼. 여기는 냉동 안 쓴 생 양고기(나마 라무)만 취급해. 소스도 이 집 할머니 비법이고."
다나카 씨의 추천대로 생 양고기와 채소 모듬을 시켰다. 돔 형태의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미디엄 레어로 익은 고기를 특제 간장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충격이었다. 잡내는커녕 우유처럼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질기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징기스칸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맛있지? 삿포로 사람은 고기 먹고 나서 '시메(마무리)'로 파르페를 먹으러 가거나, 해산물로 입가심을 하지."
그의 말에 이끌려 2차로 향한 곳은 근처의 작은 로바타야키(화로구이) 집이었다. 관광객용 카이센동(해산물 덮밥) 집이 아니었다. 거대한 임연수어(홋케)가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었고, 털게가 통째로 찜통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홋카이도의 겨울 맛이야."
다나카 씨가 건네준 따뜻한 사케 한 잔과 함께, 숯불에 구운 가리비 관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다의 짠 내와 숯불 향, 그리고 가리비의 단맛이 어우러졌다. 줄 서서 먹던 맛집의 정형화된 맛과는 차원이 다른, 투박하지만 깊은 현지의 맛.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나는 비로소 삿포로의 진짜 겨울을 맛보고 있었다.
💡 '타베로그'와 '구글맵 일본어 리뷰'를 믿으세요
현지인 맛집을 찾고 싶다면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의 한국어 검색 결과는 잠시 접어두셔야 합니다. 진짜 로컬 맛집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징기스칸: 유명 체인점인 '다루마'는 훌륭하지만 웨이팅이 너무 깁니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징기스칸 아르코(Arco)'나 '요조라노 징기스칸(Yozora no Jingisukan)', 혹은 스스키노 외곽의 '라무(Ram)' 같은 곳을 공략하세요. 특히 '생 양고기(나마 라무)'를 취급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해산물: 니조시장은 관광객 위주입니다. 저녁에 스스키노나 오도리 근처의 '로바타야키(화로구이)' 전문점이나 '하치쿄(Hachikyo)' 같은 이자카야를 예약하고 가시는 게 훨씬 퀄리티가 높습니다. (하치쿄는 연어알을 넘치게 담아주는 퍼포먼스로 유명하지만 현지인도 많이 갑니다.)
검색 팁: '타베로그(Tabelog)' 사이트에서 평점 3.5점 이상인 곳은 실패 확률이 0%에 가깝습니다. 구글맵에서는 리뷰 언어를 '일본어'로 필터링해서 보세요.
📝 삿포로 미식 여행의 핵심 포인트 분석
질문자님이 겪었던 '관광객 맛집'의 실망감을 지우고, 삿포로의 진정한 미식을 즐기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해 드립니다.
1. 징기스칸: 냉동 vs 냉장(생)의 차이 🥩
삿포로 징기스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동그랗게 말린 냉동 고기(롤)를 사용하는 곳과, 냉장 생고기(나마 라무)를 사용하는 곳입니다.
관광객 맛집: 주로 회전율이 좋고 접근성이 좋은 곳들입니다. 맛이 없지는 않지만, 대기 시간이 2~3시간에 육박합니다.
현지인 맛집: 다누키코지 7초메~8초메 쪽이나 스스키노 외곽 골목에 숨어 있습니다. 이곳들은 주로 '생 양고기'를 두툼하게 썰어주며,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고 육질이 스테이크처럼 부드럽습니다. 현지인들은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을 개의치 않고 연기가 자욱한 노포 감성을 즐깁니다.
2. 해산물: 카이센동 말고 '이자카야' 🐟
아침 식사로 니조시장에서 카이센동을 먹는 것은 전형적인 관광 코스입니다. 현지인들은 저녁에 술과 함께 해산물을 즐깁니다.
추천 메뉴: '홋케(임연수어) 구이'는 홋카이도산이 크기와 기름기 면에서 압도적입니다. 또한 겨울철(2월)에는 '대게(즈와이가니)'나 '털게(케가니)' 찜, 그리고 '시라코(대구 이리)' 폰즈가 제철입니다.
로바타야키: 화로 앞에서 생선과 채소를 구워 긴 주걱으로 서빙해 주는 방식의 식당을 찾으세요. 눈으로 보는 맛과 입으로 느끼는 맛을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3. 삿포로만의 독특한 문화: 시메 파르페 🍦
삿포로 현지인들(특히 직장인들)은 술을 마신 후 해장 라멘 대신 '마무리 파르페(시메 파르페)'를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파르페 전문점이 스스키노에 많습니다. '사토(Sato)'나 '이니셜(Initial)' 같은 곳은 현지인들로 붐빕니다. 징기스칸을 먹고 난 후 달콤하고 차가운 파르페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 진정한 삿포로 스타일입니다.
4. 예약은 필수인가? 📅
인기 있는 현지 맛집(타베로그 3.5 이상)은 평일 저녁에도 예약이 꽉 차는 경우가 많습니다.
Tip: 구글맵 예약 기능이나 'Hot Pepper Gourmet' 같은 사이트를 통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약이 어렵다면 오픈 시간(보통 5시~6시)에 맞춰 '오픈런'을 하거나, 밤 9시 이후 2차 시간대를 노리면 웨이팅 없이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일본어를 못하는데 현지인 맛집에 가도 될까요?
👉 A. 파파고 이미지 번역이면 충분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번역 기술이 발달해서 메뉴판을 찍기만 해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또한, "오스스메와 난데스까?(추천 메뉴는 무엇입니까?)" 한 마디면 직원이 가장 맛있는 메뉴를 골라줍니다. 현지인 맛집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는 보디랭귀지도 잘 통합니다.
Q2. 징기스칸 옷에 냄새가 많이 배나요?
👉 A. 네, 상상 이상입니다. 현지인 맛집들은 환기 시설이 낡은 경우가 많습니다. 외투를 넣을 수 있는 큰 비닐봉지를 달라고 하거나(대부분 구비되어 있음), 냄새가 배도 상관없는 편한 옷을 입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페브리즈는 필수입니다.
Q3. 혼자 여행(혼밥)인데 징기스칸 가능한가요?
👉 A. 네, 삿포로는 혼밥 천국입니다. 대부분의 징기스칸 가게에는 '카운터석(다찌)'이 있습니다. 혼자 와서 고기 1~2인분에 맥주 한 잔 마시고 가는 현지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전혀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Q4. 현지인 맛집의 가격대는 어떤가요?
👉 A. 관광지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합니다. 징기스칸의 경우 1인분에 1,000엔~1,500엔 수준, 해산물 이자카야는 인당 4,000엔~6,000엔 정도 잡으시면 배불리 드실 수 있습니다. 오토시(자릿세/기본 안주)가 300~500엔 정도 붙는다는 점만 기억하세요.
Q5. 스프카레도 현지인 맛집이 따로 있나요?
👉 A. 네,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스아게', '가라쿠'를 주로 가지만, 현지인들은 '사무라이(Rojiura Curry SAMURAI)', '킹(King)', '옐로우(Yellow)' 같은 곳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육수의 스타일(코코넛 베이스, 토마토 베이스 등)이 가게마다 다르니 취향에 맞춰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