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쪽빛 안개 속에서 만난 스다치의 향기
2026년 2월 12일, 렌터카의 내비게이션은 꼬불꼬불한 산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쿠시마 시내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나는 '진짜 도쿠시마'를 찾아 남쪽으로 향했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리조트는 피하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야근 지옥을 잊게 해 줄, 나만의 동굴 같은 곳이 필요했으니까.
차창 밖으로 요시노강의 지류가 에메랄드빛으로 흐르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도쿠시마의 깊은 산속, '카미야마(Kamiyama)' 마을이었다. 이곳은 최근 IT 기업들의 위성 오피스가 들어서며 '일본의 그린 밸리'라 불리지만, 여전히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마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카미야마 온천(Kamiyama Onsen)'. 겉보기엔 화려하지 않은, 동네 주민들이 목욕바구니를 들고 드나드는 소박한 온천이었다. 하지만 탕에 발을 담그는 순간,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이 마치 젤리처럼 미끈거렸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미인탕이구나."
피부를 감싸는 부드러운 감촉에, 어깨를 짓누르던 피로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노천탕에 앉아 차가운 산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허기가 밀려왔다. 온천 옆에 붙은 식당 '차야(Chaya)'로 들어갔다. 화려한 가이세키 요리는 아니었지만, 메뉴판의 '아와오도리(Awa Odori) 정식'이 눈에 들어왔다. 도쿠시마가 자랑하는 토종닭이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철판 위에 나온 닭고기는 붉은기가 살짝 감돌 정도로 신선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세상에..."
일반 닭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쫄깃한 탄력 뒤에 터져 나오는 진한 육즙, 그리고 씹을수록 고소한 지방의 맛. 여기에 도쿠시마의 특산물인 초록색 감귤, '스다치(영귤)' 즙을 살짝 뿌리니 상큼한 향이 기름기를 싹 잡아주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오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우리 온천 물이 좋아서, 밥맛도 좋은 거라오."
그날 밤, 나는 숙소로 돌아와 꿀잠을 잤다. 유명한 관광지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미끈거리는 온천수와 입안 가득 퍼지던 아와오도리의 맛은 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 '카미야마 온천'과 '오보케쿄 만나카'를 중심으로 한 로컬 미식 코스를 추천합니다.
질문자님, 블로그에 도배된 이야 온천이나 대형 리조트 말고, 진짜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물 좋고 맛 좋은 곳을 찾으시는군요. 그렇다면 도쿠시마의 산과 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숨은 코스를 제안합니다.
✅ 추천 코스 1: 피부 미용과 토종닭의 조화 (카미야마 코스)
온천: 카미야마 온천 (Kamiyama Onsen Hotel Shikinosato)
특징: 도쿠시마 시내에서 차로 40~50분 거리. 현지인들이 "물이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수질(나트륨 염화물천)이 뛰어납니다. 탕에 들어가자마자 피부가 매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집: 온천 내 레스토랑 '카와카제' 또는 인근 '카페 온 야드(Cafe on yvas)'
추천 메뉴: 아와오도리(Awa Odori) 스테이크 또는 덮밥. 일본 3대 토종닭 중 하나인 아와오도리의 쫄깃한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후식으로는 카미야마 특산물인 스다치(영귤) 샤베트를 추천합니다.
✅ 추천 코스 2: 협곡의 절경과 민물 생선의 맛 (오보케 코스)
온천: 호텔 선리버 오보케 (Hotel Sunriver Oboke)
특징: 유명한 이야 온천(호텔 이야온천)보다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오보케 협곡을 내려다보는 노천탕 뷰가 압권입니다. 관광객보다는 시코쿠 일주를 하는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입니다.
맛집: 오보케쿄 만나카(Obokekyo Mannaka) 레스토랑
추천 메뉴: 아메고(산천어) 소금구이와 이야 소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민물 생선인 아메고를 통째로 구워주는데, 비린내 없이 고소합니다. 여기에 뚝뚝 끊어지는 투박한 매력의 메밀 100% 이야 소바를 곁들이면 완벽합니다.
📝 도쿠시마의 숨은 매력, '아와'의 맛과 물
왜 이 두 곳을 추천했는지, 그리고 도쿠시마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미식 포인트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1. 왜 '카미야마 온천'인가? (수질의 차이) 💧
유명한 '아오아오 나루토 리조트'는 바다를 보며 즐기는 뷰 맛집이지만, 온천수 자체의 효능을 따진다면 카미야마 온천이 한 수 위입니다.
미인탕의 비밀: 이곳의 온천수는 불소와 붕산 함유량이 높아 피부의 각질을 부드럽게 제거하고 보습 막을 형성합니다. 현지 할머니들의 피부가 반질반질한 이유가 바로 이 물 때문이라고 합니다.
접근성: 도쿠시마 시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좋고, 숙박을 하며 한적한 시골 마을(사토야마)의 정취를 느끼기에도 최적입니다.
2. 도쿠시마 미식의 핵심: 아와오도리와 스다치 🍗🍋
온천 후 무엇을 먹느냐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도쿠시마에서는 이 두 가지를 기억하세요.
아와오도리 (Awa Odori Chicken): 일반 닭보다 사육 기간이 길어 육질이 붉고 탄력이 엄청납니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우러나오는데, 튀김보다는 소금구이(야키토리)나 스테이크로 드셔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다치 (Sudachi Citrus): 라임과 비슷하게 생긴 도쿠시마의 영혼과도 같은 과일입니다. 생선구이, 회, 소바, 심지어 된장국에도 뿌려 먹습니다. 온천 후 갈증이 날 때 스다치 사이다나 스다치 주스를 한 잔 마시면 머리끝까지 상쾌해집니다.
3. 이야 소바의 독특함 🍜
오보케/이야 지역으로 가신다면 '소바'는 필수입니다.
특징: 첩첩산중이라 쌀이 귀해 메밀을 많이 심었습니다. 연결제(밀가루)를 거의 쓰지 않아 면이 뚝뚝 끊어지고 굵습니다. 처음엔 "이게 뭐야?" 할 수 있지만, 씹을수록 퍼지는 구수한 메밀 향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온천으로 땀을 뺀 후 따뜻한 국물의 이야 소바는 위장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4. 시내에서 즐기는 B급 구르메: 도쿠시마 라멘 🍥
만약 산속까지 갈 시간이 없다면, 시내 온천(예: 아라타에의 탕)을 이용하고 '도쿠시마 라멘'을 드세요.
스타일: 돼지 뼈 간장 국물(진한 갈색)에 삼겹살 조림과 날달걀을 올려 먹습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는 맛이라, 온천 후 허기질 때 최고의 선택입니다. (추천: 이노타니 또는 멘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렌터카 없이 대중교통으로 카미야마 온천에 갈 수 있나요?
👉 A. 가능하지만 배차 간격을 주의해야 합니다. 도쿠시마 역 앞 버스 터미널에서 '카미야마 고교' 또는 '요리이' 행 버스를 타면 됩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카미야마 온천 앞'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바로입니다. 다만 버스가 자주 없으니 사전에 시간표를 꼭 확인하세요.
Q2. 문신(타투)이 있는데 온천 입장이 가능한가요?
👉 A. 대중탕은 어렵지만, 가족탕(대절탕)을 이용하세요. 일본의 로컬 온천들은 여전히 문신 입장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하지만 추천해 드린 호텔 시키노사토나 선리버 오보케 등은 객실에 딸린 노천탕이나 시간제로 빌리는 '가족탕'이 있으니 이를 예약하시면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Q3. 도쿠시마 여행의 적기는 언제인가요?
👉 A. 봄(3~4월)과 가을(10~11월)을 추천합니다. 벚꽃이 피는 봄이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특히 오보케 협곡의 단풍은 절경입니다. 8월에는 '아와오도리 축제'가 있어 볼거리는 많지만, 숙소 예약이 매우 어렵고 가격이 비쌉니다.
Q4. 혼자 여행 가도 식사나 온천 이용이 안 어색할까요?
👉 A. 전혀 문제없습니다! 도쿠시마는 시코쿠 순례길(오헨로)을 걷는 1인 여행자들이 워낙 많은 곳입니다. 식당에도 1인석이 잘 되어 있고, 온천 호텔들도 1인 숙박 플랜(조석식 포함)을 잘 갖추고 있어 혼자서 힐링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Q5. 선물용으로 좋은 먹거리는 뭐가 있을까요?
👉 A. '나루토 킨토키' 고구마 디저트를 추천합니다. 도쿠시마는 고구마가 유명합니다. 나루토 킨토키(고구마)로 만든 타르트나 만쥬, 그리고 스다치 과즙 100% 원액 병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